건축비평, 충신교회 ‘교회건축의 모델을 본다’, 경희대학교 이은석 교수, 월간 목회와 신학 No.160., 1999

Critique, ‘Chonngshin-Church’, Lee-Eunseok, Ministry and Theology, Durano, No.160., 1999

제주 충신교회와 추상성의 미학

이 은 석 (경희대 교수)

가장 아름답고 이국적인 전경을 지닌 한국 유일의 고장인 제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악한 풍토적 특징과 관광 대도시로 탈바꿈하려는 상업적 개발의 욕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고 있으므로 느껴지는 안타까움이 또한 이 제주성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속에서도 최근 추상적 형태를 지니면서 단순하고 자연친화적인 건축의 가치들이 교회당 디자인의 중심으로 속속 들어오게 된 것은 반갑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인습적이었던 교회당의 그 흔한 타입이 기능적 형태의 결과물인 비구상적 형태로 전환되고, 종교적인 장식들로 과장되었던 면들이 최소의 단순한 형태로 변화되어 가는 것은 우리가 이제야 비로소 합리적으로 건설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작고 소박한 교회당이지만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건축을 완성한 또 하나의 교회당이 바로 제주 충신교회(담임 김광식 목사)이다.

세련된 상징성과 추상적 자연미의 추구

이 교회를 방문하게 되면 바깥 벽면에 매달린 큰 십자가는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하였고 입구를 지시하는 십자가는 가까이서 올려다 볼 수 있도록 수직으로 세워두었다. 이는 방문자가 건축물과의 거리에 따라서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대상인 건축과 조형물이 계속 변화함으로써 색다른 공간적 경험을 유도한 것이다. 이처럼 이 교회당은 우선 그 흔한 첨탑형 십자가탑에서 자유함으로 기독교적인 상징성이 세견되면서도 겸손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이는 결국 기독교적 신앙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결과를 얻고 있다. 여기서 십자가는 가늘고 검소하다. 이는 경제적이고도 실용적인 정신의 조형적 표현이며, 이 공동체의 삶을 담는 고상한 그릇으로 단순한 상자 형태의 격조를 갖추는데 보탬이 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자연과 조화하는 건축”이라고 하면 푸른 나무나 맑은 물 그리고 아름다운 산야에 놓인 건물을 머리에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건축물 내부에서는 이러한 녹음과 물이 주는 푸르름의 자연적 효과 대신에 빛,시간 그리고 중력이라는 추상적 자연미에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것들은 우리가 쉽게 놓쳐 버리기 쉬운 아주 중요한 자연의 소중한 속성들이기 때문이다. 바깥세상으로부터 약간 분리되어 내밀성을 확보한 듯한 교회당의 작은 마당은 완전히 개방되지 않아서 폐쇄적으로 여겨지거나 일견, 전통적 교회의 외부공간 구성방식을 따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완충공간은 교회당으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깊이 있게 감지하도록 의도라고 계획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담장은 교회당의 벽면과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데, 한국의 여타 건축물들에서 자주보듯이 담장과 본체건물을 분리시키면서 유발되는 공간의 낭비를 잘 막아낼 수 있다. 이는 도시 내 교회, 특히 소형교회당에서의 토지이용측면에서 볼 때 아주 효과적인 것이다.

이 담장으로 둘러쳐진 마당에서 우리가 교회당 내부로 들어서면 아름다운 빛이 다양하게 표현되는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데, 천장으로부터 떨어지는 자연광의 풍요로움은 정숙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빛의 노래이다. 그리고 그 빛은 벽면의 질감이나 빛을 거르는 장치들과 화답할 때에 더 큰 효과를 얻게 된다. 비록 현대적인 교회의 오디오비주얼(audio-visual)한 장치들이 강단에 설치되어 있어서 자칫 경건한 예배당 본래의 공간이 변질될 수도 있었겠지만 건축가(무회건축 김재관 소장)는 그 현대적 기능들과 교회 공간의 본질인 경건성을 잘 조화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싼 재료로 건축하는 것의 한계

기독교적인 정신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장식이나 화려한 재료의 사용이 교회당 건축에서는 그리 정당한 것이 봇 된다. 가급적 절제된 공간과 실용적인 재료로 전체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러나 건축물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용이 드는 시공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기 위한 가건물을 원한다면 경우가 다르다. 그러나 오래도록 싫증나지 않으면서 유지관리 측면에서 용이한 건축물을 원한다면 초기비용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이토록 곳곳에 애쓴 흔적이 역력한 설계를 제대로 뒷받침할 만한 재료가 적절히 사용되지 못해서 부족한 면이 있다면 이 교회당 건축이 모두에게 만족스러울 수만은 없다. 이제 갓 완공된 것이어서 아직은 별무리가 없어 보이나 시간이 흐를수록 싼 재료로 마감된 부분들에서 아쉬운 점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같다. 아마 교회는 유지관리에 들 또다른 비용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교회 나름대로 건축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들였을 것이고, 그 상황에 적합한 최선의 재료를 건축가가 제안하였겠지만 좀 더 영구적인 외장 재료에 대한 모색이 있었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필자에겐 있다.

건축물을 획득하는 데 있어서, 비싼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것은 언제나 최소한의 비용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