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기고, 성만교회, 충신교회, 울산교회, 건축과 환경 No.0304, 2003

MAGAZINE, Sung-Man Church,Chung-Shin Church,Ul-San Church, C3 Korea No.0304, 2003

 

부천성만교회 / 강태남 (건축과환경 기자)

성만교회는 급속한 도시 팽창의 현장인 수도권 지역 부천 상동 신도시에 위치한다. 현재도 건설이 한창인 이 곳에 다른 건물들보다 먼저 자리잡고 들어선 것은 교회들이다. 그런 풍경은 비주얼한 정보가 무엇보다 먼저 사람들을 사로잡는 현실 속에서도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종교라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제물치장콘크리트로 외피를 감싼 성만교회는 주변의 상업건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옆의 건물들과 비슷한 규모임에도 성만교회가 드러내는 느낌은 만만치 않다. 강정교회나 충신교회가 시멘트 몰탈 뿜칠을 통해 물성을 한껏 드러냈다면 성만교회는 치장콘크리트의 거친 거푸집 자국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콘크리트가 가진 물성을 너무도 강렬하게 전하고 있다. 이 콘크리트 외벽면은 몇 개의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고 슬래브에서 뻗쳐나온 H-빔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렇게 육중한 콘크리트 외벽면을 붙잡고 있는 것은 선이 아니라 접점들이며 그 사이공간은 띄워져 있다. 보기에도 육중할뿐더러 단열재를 포함한 상당한 두께를 가진 콘크리트 외벽면은 상부의 하중 지탱과는 상관없는 커튼월 curtain wall 인 것이다. 외벽과 내벽 사이의 띄워진 공간으로 빛이 떨어지고 각 층의 실들은 그 사이공간을 향해 창을 내어서 채광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다.

성만교회의 주출입구는 후면에 있다. 주도로쪽 입면에 개구부를 두고 주도로와 이면도로를 이어주는 소통의 여지를 남기며 파사드를 형성하지만 예배당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후면으로 돌아가야 한다. 1층부의 기둥들은 명확한 주진입을 구현하지 않으며 어디서나 교회의 건물 쪽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물 후면에 마련된, 예배당을 향한 주출입 계단실은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되어 외부로부터 보호되는 반투명의 환한 공간을 확보하며, 둔탁하고 무거운 매스에 한결 가벼운 느낌을 전한다. 그러나 이 역시 매스의 느낌은 그 기능에 비해 거대하다.

2층에서 5층에 이르기까지 본당과 소규모 예배당들은 다른 교회들에 비해 낮은 층고에 고만고만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 거대한 매스였음에도 실내 공간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이유는 외벽과 내벽 사이에 띄워진 공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2층 본당에서 보여지는 실내공간은 그래서 실망스러울 여지마저 있다. 그러나 근린생활시설들 사이에 교회를 지으며, 추후 교회의 확장시에 매각이나 임대가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교회측의 요구가 그런 실내공간의 크기를 갖게 만든 주요한 이유이다. 신도시에 일률적으로 상가건물이 생기면 의레 학원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성만교회는 학원이 들어설 만한 땅에 위치하고 있을뿐더러 학원으로 전용해도 될 만한 모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상가건물 사이에 위치한 성만교회를 설계하며 성과 속의 만남을 해결하고자 한 김재관 씨는 ‘간격’이라는 용어로 이번 작업을 함축하여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교회가 이 도시 속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있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제에 적용한 내재율’, 그 간격이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가치의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거리가 아닐까?

 

제주충신교회 / 강태남 (건축과환경 기자)

좋은 취락조건을 갖춘 땅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살아왔고, 대부분의 도시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조건들을 멀리까지 다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흐르는 물이 없고, 곡식이 뿌리내릴 땅덩이가 없으며, 난방을 위한 땔감이 나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것은 별반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산업화와 함께 해온 도시의 발달은 이제 비인간적인 수준에까지 다다랐다고 보여진다. 물 없는 사막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인간이다.

바둑판처럼 가로를 만들고 택지를 정리한 땅은 어찌 보면 사막과 다를 바 없다. 그런 도시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곳일 지도 모른다. 여하튼 대부분의 도시는 그런 식으로 팽창해 가고 있으며, 충신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제주시 연동 역시 그런 신시가지이다. 자로 잰 듯이 땅을 나누고 이만큼은 주택부지, 이만큼은 상업부지, 그리고 학교용지, 종교용지 등등으로 나뉘고 금새 사람들이 들어차는 것이 현재의 우리 도시들이다.

충신교회는 신시가지의 유치원 용지에 들어선 교회다. 주변은 다가구주택들로 둘러싸여 있고 교회는 그 사이에 마련된 공원의 한쪽 귀퉁이에 세워졌다. 들어선 모양새를 보건대, 공원을 끼고 있어 매우 좋은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재관 씨는 유치원 용지이기 때문에 교회시설이 용도의 절반을 차지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지키며 주변 주택지에 어울리는 스케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 스케일의 문제를 대외적인 교회의 이미지와 사회적인 발언으로 규정하고, 결국 그는 이를 형식과 이미지에 대한 문제로 전환하였다. 십자가 없이 건물 자체로서 교회임을 인식하기 힘든 충신교회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1층에 유치원, 2층에 교회 예배당을 가진 이 건물은 예의 김재관 씨의 설계작들에서 보여지는 일반적인 해법을 가지고 있다. 노출콘크리트와 시멘트 몰탈 뿜칠에서 느껴지는 투박하고 거친 맛은 그의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본당의 천장을 한 바퀴 휘돌은 천창 역시 익숙한 그의 수법이며 빛을 통해 채광 문제와 신성의 구현을 해결하고 있다. 본당 벽면을 따라 떨어지는 빛은 시멘트 몰탈의 거친 면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런 단순하고 익숙한 재료의 사용과 단일한 매스, 거기에 덧입혀진 무채색은 그 형태에서 교회임을 암시하지 않으려 한 그의 의도가 충분히 실현된 결과이다.

인간이 사는 도시가 어떻게 변해가든 사람들은 교회를 필요로 하고 그 교회가 존재하는 방법이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물처럼, 나무처럼 자연스러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회일 것이다. 메마른 도시에 자리잡은 교회 같지 않은 무채색의 교회, 충신교회는 그렇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