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충신교회, 김재관
동네 한 가운데 교회가 있는 경우 제일 큰 문제는 스케일의 격차가 아닐까 한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두 가지의 제안했다. 교회에서 가장 큰 시설인 예배당을 지하에 묻고 지상부분에는 필로티로 만들어진 주차장을 두고 노출된 기둥 위에 유치원을 얹히는 방법이며 또 하나는 지하층에는 유치원과 교회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을 두고 지상의 낮은 부분에는 교회를 두는 것이다. 이 경우 유치원은 4층에 두는데 아래층인 예배당의 사이에 한층 규모의 외부공간을 마련한다는 방안이었다.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지상에 노출된 볼륨을 약화시키려 했다는 것과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를 얻는데 1년이 걸렸다.
동네에 교회를 짓는데 스케일은 왜 문제가 되는가? 생각건대 이것은 단순히 크기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기보다는 교회가 나타내고자하는 태도로 환원하여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말하자면 스케일은 일종의 발언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크기의 격차가 심하거나 그 형태가 보편적이지 않은 유형으로 나타날 때 심리적인 거부감은 가중된다. 결국 나의 고민은 스케일 부분에서 형식과 이미지에 대한 문제로 이동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교회는 이 부분에 대한 나의 인식에 동의했다. 이 동의란 그간 교회건축이 즐겨 추구해왔던 양식과 형식을 이 건물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며 종교적 상징이나 이념을 건물의 어느 부분에도 부여하지 않으려는 건축적 시도에 대한 동조가 포함된 것이었다. 따라서 이 건물의 외형을 이루고 있는 입방체나 형태들은 나 개인의 건축적 기호가 반영된 것이거나 고도제한과 건폐율 따위가 가감 없이 적용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혹자는 이 집에 사용된 무채색에 대하여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주변건물들의 채도를 반영한 것이거나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도장을 별도로 하지 않은 단순한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이 동네에서 이 집은 튄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전히 냉동창고라고 부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친숙해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으로 창고라는 별명 때문인지 이 집의 용도는 자주 바뀐다. 예배가 있는 날 이면 교회가 되고 동네잔치가 열리면 공회당이 된다. 때로는 영화관도 되며 예식장이 되기도 하며 예비군이나 민방위 교육장으로 사용되면 현관에는 커다란 재떨이가 준비된다고 집 주인은 말한다. 그때그때 변해 가는 집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집이 냉동창고이기 때문에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