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기고, ‘욕망의 비행’, 공간 SPACE No.501, 2005
An Article, ‘Desire Floating’ For Architect Moon-hoon’s Sang-sang Museum, Magazine SPACE No.501, 2005
MOON HOON
인하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MIT 건축대학원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공간학생건축상 대상수상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고, 정림건축, The Hiller Group, 신한건축, 힘마건축 T3.0을 거쳐 현재 문훈건축발전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포천 K씨주택 / 사당동 다세대주택 / 목동 다세대주택 /현대교등학교 증축 /문디자인 사옥 리모델링 /전주동물원/ 상상사진관
욕망의 비행 Desire: Fiying, Floating
S#1
상상사진관 앞에서 방송국의 기자와 문훈이 인터뷰를 한다.(스타트의 사인과 함께 카메라는 돌아간다.)
“에 선생님께선 어떤 의도로 이 건물을 설계하셨는지요.”
“그런 거창한 거는 없구요. 그냥 팬태쉬예요. .”
“아~예. 그래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신다면요?
“판—–타—–지”
기자 잠시 마이크를 끈더니 귀엣말로 먼가를 속삭인다.
“선생님 설령 그렇더라도 그렇게 쓸 수는 없으니까요. 한마디 해주세요. 가령 이 도시와 선생님의 건축……그러니까 말하자면 홍대주변의 번잡한 상황을 상상사진관의 건축적 배경으로 했다든가 혹은 콘크리트라는 단조로운 재료를 사용하므로 서 무분별한 상업화에 대한 건축가의 계몽적 의지를 담았다든지….. 머 그런 있잖습니까? 건축가들이 흔히 말하는 거요. 다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알아들으셨죠?”
(기자는 잠시 손거울로 화장을 고친 후 카메라에 손짓한다.)
“에~ 선생님께선 어떤 의도로 이 건물을 설계하셨는지요.”
“꼴리는데로 했습니다”
“……………..(아~ 씨)”
“그렇다면 건축주께서 처음에 요구했던 것은요?“
“입빠이 입니다.”
S#2 카메라는 다시 과거로 향한다
문훈은 어린시절 11년간을 강원도 상동광산에서 자랐다. 지질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호주로 가기까지 그의 유년은 카키색의 강물로 채색된다. 백운산을 깊게 가른 텅스텐 광산과 절벽에 달라붙은 무수한 가옥들이 사태처럼 쓸려 내려갈 듯한 동네가 바로 그가 유년을 보낸 상동의 모습이며 그의 몸과 영혼을 양육한 대지이다. 나이 먹은 지금도 상동의 꼴뚜바위를 말하거나 아버지을 따라다니며 경험한 동굴의 모습을 말할 때면 그의 눈은 영락없이 깊어진다.
“처음엔 어떤 분명한 목적에 의해 동굴이 만들어져요. 갱목을 대고 철로를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머물다가 원하던 중석이 안나오면 사람들은 모두 사라집니다. 오직 동굴의 침묵만 남아요. 순수하지 않아요?”
그의 눈엔 옅은 물빛이 번진다.
“유럽이나 외국에 갈 필요가 없어요. 동굴에 있는 에너지면 다 끝나요. 언제 저랑 함께 꼭 가요.”
찬기 가득한 동굴을 등진 채 홀로선 소년이 그려진다. 동굴의 어둠이 내장처럼 굼틀댄다.
“거기는요. 동굴이 높아서요. 갱도를 통해 기차가 실어 온 광물을 아래로 쏟아내기기 위해서는 외길 다리가 꼭 필요해요. 쇠로 만든 높은 다리 말이죠. 기차가 도착하면 요란한 소리와 함께 광물들이 아래로 낙하합니다. 저는 거기서 살면서 맨날 그런 거만 그렸다니까요.”
그의 동공이 다시 열리고 빚이 차오른다.
“오래된 집들이 많았어요. 창고 같은. 거기서 온종일을 혼자서 놀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높은 천정의 낡은 스레이트 지붕사이로 들어오는 빚들을 볼 수 있어요. 캬~~~하! 그 종교성 같은 것 있자나요? 아시죠? 무슨 이야긴지? 빚이 어둠을 뚫고서 쫘–악!
S#3
아버지의 유학
마흔 두 살인 아버지가 가신 곳은 시드니도 멜버른도 아닌 호주의 독도라는 타스마니아란 섬 이었다. 우리나라만한 그곳에서 한국인은 꼴랑 그의 가족뿐이었다. 물론 백인친구들은 그를 천대했다.
“어~이. MOON! 얼굴은 보름달을 닮아 큼직한데 눈은 째졌구나. 거기로 머가 보이냐?”
친구하나 없는 3년간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와 그림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림은 좋은 값으로 어른들이 사갔지만 친구들은 먹던 사과를 그에 얼굴에 던지는 걸 멈추지 않았다. 문훈 그래도 웃기만 한다.
“저는요 사람이 절 때리면요. 그냥 가만히 맞아요. 나를 버리는 거죠. 이렇게 피~~융.(시늉)
그곳 여인들은 여름이면 온통 옷을 벗고 산단다. 호기심 많은 어린 문훈은 손사락사이로 처녀들을 훔친다. 그러다간 그들의 가슴과 아랫도리를 그리더니 급기야는 그 속과 알맹이를 그리기 시작한다. 굵은 연필도 아니다. 가는 아주 가는 세필로 그려야만 음핵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보신 어머니 소스라치신다.
“(두손으로 손으로 이마를 거머쥐시며) 예야 훈아. 엄마 말 잘 들어라. 그러니까 엄마 말은 머냐면 그냥 말이다. 손가락 사이로 보기만 해라. 응? 그걸 그릴 건 굳이 없잖니? 그지?”
“네! 어머니”
그러나 자꾸 그린다. 아니 그것만 그린다.
S#4
문훈에게는 중학교 졸업장도 고등학교 입학식도 없다. 아버지를 따라 희문고등학교 2학년으로 돌아온 그는 여지없이 꼴찌로 추락한다. 특히 한문수업은 불가해한 대상이다.(그럼에도 그는 반야심경을 안보고도 그린다.)그의 특기인 여자 몸 그리기도 학교성적엔 별반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린 아들에게 가장 아끼던 라이카카메라를 주셨던 아버지셨지만 성적표 앞에선 여지없이 상심하신다.
“넌 도대체 할줄 아는 게 머냐?”
문훈 깊이 상처받는다. 뚤멍뚤멍.
S#5
대학교시절1
친구 따라간 학교이건만 건축설계과목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아무 집이든 지적도든 구해 무시로 설계한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건만 수없이 지우고 그려가며 스스로 채점한다.
“크! 존데? 맘에들어…”
교수님 놀라신다.
“너 진짜 대학교 2학년 맞냐?”
“네.”
“내가 보기엔 넌 순수한 2학년이 아냐. 너 다른 학교 졸업하고 여기 다시 왔지? 그지?”
(문훈이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은 수업을 자주 비우는 분이었다고 한다.)
S#6
대학교 시절2
작업실 선배들 노상 밥만 지으라고 하더니 오늘은 양동마을로 답사를 가잔다. 룰루랄라. 엇! 저기 머냐?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집 한 채와 듬직한 나무 한그루가 눈으로 들어온다. 心水亭. 선배들과 친구들은 집의 구조와 평면을 논한다. 그리고 공간의 위계를 말하고 차경을 말하더니 급기야는 탄성과 함께 뒤로 넘어진다.
“전통건축 죽인다. 저 복잡한 공포와 서까래를 대체 어케 깍았을까?.”
그러나 문훈은 잠을 잤다. 函虛樓 헛간을 고요히 파고드는 굵은 줄기의 나무둥치들은 활자가 아닌 실존으로 그에게 다가 왔다. 그날 문훈은 그의 이데아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다시 소쇄원의 光風閣의 만남.
오랫동안 그의 의식을 간지럽혔던 데자뷰의 실체가 거기에 있었다.
S#7
대학원시절1
몇 군데의 미국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서가 왔다. 문훈 윤기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파파! 나 이 학교로 가고 시프다. 왠지 이름이 마음에 들었어.”
“아니다 훈아. 아빠 말 잘들어라. 니가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래도 명색이 엠아이티다. 엠아이티! 글루가라. 응?”
공간학생건축대상을 받았던 찬란한 과거도 거기선 소용없었다. 어떤 아이는 조그만 달걀속에 자신의 건축을 만들어오고 또 어떤 친구는 대단한 논리로 해결했다. 문훈 번민한다.
“돈도 궁한데 그만둘까? 아니야! 가뜩이나 중학교 졸업장도 없는데………..에이 결심했어!”
두 눈을 부릅뜬 문훈은 그동안 숨겨둔 필살의 병기이며 동시에 유일한 특기에 승부를 걸기로 한다. 그건 다름 아닌 포르노였다. 포르노의 세계에서 누가 그를 당할 수 있겠는가? 춘화를 그린 지 바야흐로 십여 년. 거기에 합쳐진 또 하나가 카드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샤마니즘”이었다. 건축과 포르노와 샤마니즘. 이것이 그의 엠아티 석사논문이다.
그러나 이 논문은 건축과 교수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
“아니 머야 이게. 여자 벗은 그림을 건축과 논문에다 왜 넣어? 거기다 글씨는 별루 없고 맨 그림으로…?
결국 이 논문의 평가는 건축가 교수가 아닌 인문학 교수에 의해 통과된다.
S#8
대학원시절2
졸업 작품의 대상지는 서울의 동호대교의 중간. 기다란 트러스에 성근구조물이 까치집처럼 둘러쌓고 있다. 다리의 위는 산자의 공간이며 아래는 죽은 자의 공간이다. 따라서 다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관통하는 픽션의 상징이 된다. 선생은 인도인 챨스 코레아였다.
“어~이 미스터 문. 오늘 크리틱 날인데 작품을 왜 안가지고 왔지요.”
“저~기 챨스교수님. 웬만하면 과제물을 가지고 오려고 했는데요. 모형이 너무 커서 현관으로 빠져나오질 않습니다. 어쩜 좋죠?”
그날 여러명의 교수들은 그의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모형은 문을 나오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미스터 문! 혹시 이 집을 당신의 전시장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저 붉은 조명들하며 그리고 이 음악 이거 미리 준비된 것 같은데…?”
“친애하고 존경하는 챨스 교수님 제 작품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름하여 道生間이올시다. 기존의 시스템에 의존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결합시키고자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설명을 드리자면 다리 위는 노래방과 춤추는 나이트크럽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설들을 연결하는 길의 끄트머리에는 이 건물의 핵심인 자살하는 다리가 있습니다. 나이트 클럽이나 노래방에서 삶의 유희를 마친 사람들은 결국 이곳에서 생을 마감을 하게 되는 것 입니다. 다시 말하면 춤을 추면서 꽃잎처럼 혹은 쥐들처럼 길을 따라 다리로 인도되어 한강으로 몸을 던지는 거지요. 피~~~융(시늉)하고 말입니다.”
“머시라? 놀다가 자살을 하는 집?“
“옛썰! 그리고 그 아랫부분은 떨어져 죽은 자를 태울 화장터가 있고요. 그 옆은 유골을 뿌리는 곳 입니다. 시체를 태우는 냄새와 연기는 하늘로 피어오르고 그 연기속을 관통하여 산자들의 자동차들이 질주를 하는 겁니다. 쉬~잉 슁슁슁. 푸 하하하하. 저는 이 건축을 통해 삶과 죽음이 결국 하나라는 나의 관념을 실현하고자……”
“Cut! 고만! 미스터 문! YOU가하는 이것을 건축이라고 보나요? NO!이건 건축이 아닙니다. 건축이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말이지…..그 형상이 쿱 힘멜부라우와 너무 비슷하자나? (눈을 게슴츠레 찢으며)
문흔의 대학원 생활은 몰이해의 연속이었다.
이윽고
“와장창!”
이건 문훈이 교수 앞에서 책상을 뒤엎는 소리다. 수운한 문훈. 먹다 남은 사과를 얼굴에 맞고서도 실없이 웃었던 그가 책상을 뒤집었다. 문을 나선 그는 꼬르뷰제의 라뚜렛뚜 수도원을 향해 걸어간다.
“내가 그곳에서 확신을 얻지 못한다면 난 건축 고만한다.”
S#9
군대시절
그의 대박에 맞는 철모가 없었다. 설계병이건만 견적서의 숫자는 도무지 맞는 법이 없다. 축구를 하면 자살골만 넣는다. 따뜻한 아랫목 찾듯 온종일 그림만 그리려고 든다.
“어이 문상병 너 엠아이티 건축과 나왔다며? 혹시 너 집 설계는 할줄 아냐? 우리 집 하나 떠바”
군대에서 그는 처음으로 지어지는 집을 설계를 했다. 바로 선임하사의 주택이다.
S#10
백수시절
자기네 집 도시계획 확인원을 앞에 놓고 다세대 주택을 설계한다. 밤을 새며 설계한다.물론 부모님은 그에게 설계를 당부한 적이 없고 집을 질 계뢱도 없다. 보다못한 어머니 다시 말씀하신다.
“훈아. 너 말이다. 엄마 말 오해마라. 상처받지 말구? 응? 너 근대 취직은 안하니?”
그래도 묵묵무답 설계만 한다.
“여보 우리 딴데로 이사갑시다. 아파트로가면 우리땅이 없으니 설계를 못할거 아니겠소?”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집을 팔고 분당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신다.
S#11
드디어 미국의 설계사무소인 힐러구룹에 취직
미국 사람들 일할 때 잡담 절대 없단다. 신문? 안된다. 사적인 전화? 그것도 안 된다.그렇다면 문훈은? 매일 밖에 나와 담배만 핀다. 어느 날 사장이 한 중역에게 묻는다.
“저 친군 머지? 칠부바지 입은 애? 왜 맨날 밖에 나와 있는거지?”
“예. 엠아이티에서 챨스 코레아에게 혼났던 바로 그 코레안 입니다.”
“짤라라.”
“사…..사장님 그렇지만 그림 하나는 똑 부러집니다. 언젠가 한번은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놔둬. 근대 얼굴은 왜 선풍기 처럼…….”
S#12
서울의 힘마. 신한시절.
그들은 늘 저녁에 일을 주고는 결과는 아침에 보자고 한다.
S#13
사무실독립
일이 없다. 아홉 개의 콤빼와 퍼팩트한 탈락. 그리고 열한개의 다가구 주택의 계획과 하나의 완성(묵동 다세대주택). 이윽고 아내에게 말한다.
“루나엄마 절대로 회사 그만두지 마? 힘들어도 꾸-욱 참아 알았지?”
S#14
상상사진관
설계안을 제안한지 두주가 지나고 세주가 지나가건만 연락을 없다. 내 전화번호를 잊었는지도 모르니까 차라리 내가 해볼까? 그런 갈등이 극에 달할 무렵 연락이 왔다.
“저기 강영호라고 하는데요. 머 문 소장님이 선택이 된 건 아니고요. 한번 얼굴이나 보까요?”
계약금을 받은 문훈 당장 변소로 달려가 세 본다. 강영호 말한다.
“우리아버지 같은 분(은행 지점장)이 어떻게 문소장같은 분을……이해가 안가. 이해가.”
S#15
때는 바야흐로 춘삼월. 홍대앞 공원에는 벚꽃이 가득하다.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이 흩날린다. 문득 춤이 추고 싶어진 나는 그를 꼬드긴다.
“야~이 문 소장 저 벚꽃 나무아래서 술 한 잔 했음 좋겠다 그지?”
“저는요 섹스가 더 좋겠어요.”
“,,,,,”
S#16
현장소장과 문훈이 앉아 있다.(현장소장은 좀 삐딱하게 앉아있고 눈은 아래방향으로 뜨고 있다.) 문훈 말한다.
“소장님 한번만 다시 해줘요. 네?”
“아이 참.이제 좀 고만해요. 맨날 바꿔. 맨날! 한두 번도 아니고. 아예 처음부터 똑바로 설계를 하던가 말이지. 씨.
“한번만 바꿔줘요. 네?”
“그럼. 그거 해주면 문 소장님이 건축주에게 돈 받아줄래요?”
“………..”
풀죽은 문훈 지하실로 내려간다. 스튜디오의 칸막이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목수가 다가온다.
“문 소장님. 어떼요” 맘에 들어요?”
“네. (히죽히죽)”
“근데 합판위엔 멀로 칠할까요?”
“거기는요 수성페인트를 칠해주세요. 빨강거로요.”
“아~니. 문 소장님 베니어합판위에다 수성페인트를 칠하면 어떻게 해요? 휘거나 뜰 텐데?”
“그래요? 그럼 어쩌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설계소장이 그것도 몰라요?”
“저 있자나요. 무면허예요. 야매요”
“에~이씨 문고리나 사러가야지.”
“김 목수님 저도 같이 가요?”
“아니 문고리 사는데 왜 또 따라가요?”
김 목수 청계천으로 사라지고 문훈 그 뒤를 급히 쫒는다. 그날 문훈은 대학 강의를 또 빼먹었다.
S#17
찻집 아티누스에서 건축주인 강영호와 문훈과 김재관이 이야기를 나눈다.
강: 문소장님 디테일 좀 신경써줘요.
문: 어-어? 신경 쓰는데.
강: 아이참 미치겠네. 계단 난간의 시작과 끝이 맞지가 않자나요? 나도 이젠 보는 눈이 있어요. 물론 처음보다 실력이 나아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문: 그쵸? 맞죠? 실력이 점점 나아지죠? 강영호씨! 난 이 건물에서 참 많이 배웠어요. 다음엔 좀더 잘 할 것 같아요. 아 기분 좋다.
강: 아니. 이집이 무슨 문소장님 수련장예요?
문: 그래도 실력 많이 늘었는데…….디테일 솜씨도 좋아졌고요.
김: 문 소장! 넌 디테일이 안돼.
문:(억울하다는 듯)왜요?
김: 사실은 디테일에 관심이 없자나? 부속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자나? 그런데 디테일 솜씨가 나아지겠는가 말이지. 관심이 없는데.
강: 맞아 맞아. 김 소장님 진짜 그렇죠? 문 소장님 너무 거칠고 또 엉성해.
김: 이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은 이미 끝났는지도 몰라요. 더 이상은 기대마세요.
문: (김 소장을 노려본다.)
강: 그렇지만 그래도 문 소장님을 내가 선택한 것은 이 분은 단순한 재생을 절대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길을 막으면 포기하거나 혹은 영 다른 궁리를 시작하죠. 그래서 저는 앞길을 막게 될 경우가 생기면 꼭 옆길을 다시 터놓죠. 그것이 문 소장님을 잘 이용하는 방법이었어요. 저는요 문소장님과 김소장님 같은 사람들의 급소가 다 보여요.
문,김: 시무룩
강: 문 소장님? 하신 김에 제방 인테리어까지 해주세요. 네? 가구도 짜주시고. 아~이 돈 드릴게요.
문: 그럴까요. 그럼? (화색이 돌며…)
강: 그리구요. 문소장님. 반바지 좀 제발 입고 다니지좀마요. 누구에게 일을 소게시켜주고 싶어도 말이야. 쓰레빠에다가 잘 씻지도 않고. 아~이 드러.
S#18
문훈의 사무실
철문이 열리자 그 속에 있던 어둠의 세력과 박쥐들이 소스라쳐 나온다. 방안에는 마태수난곡과 여인의 교성이 흐르고 기다란 벽면엔 찌라시와 광고물과 수갑과 명함과 포스터와 춘화들이 세포처럼 붙어있다. 경광등은 쉼 없이 돈다. 책상에 문훈이 않아 짜장면을 먹고 있다. 카메라는 그의 충혈된 눈이 크로즈엎 한다. 동공엔 나체의 여인들이 꿈틀대고 프로젝트는 소리없이 여인들을 그린다. 불빚에 드러난 먼지들은 신음처럼 춤을 춘다. 문훈 벌떡 일어서 소리친다.
“어~이 문실장! 머해! 이리와봐!”
문훈 문쪽으로 황급히 달려간다. 그리고 외친다.
“예! 소장님. 잠깐 기다리세요.”
다시 문훈 책상쪽으로 달려간다. 다시 묻는다.
“문실장 일 잘돼?”
문훈 문쪽으로 달려가며
“미치겠어요. 소장님은 어떠세요? 근데 월급 왜 안줘요?”
문훈 또 다시 책상쪽으로 달려간다.
“야, 문실장 우리가 돈으로 따질 사이냐? 안그래?”
문훈 헉헉거리며 문쪽으로 달려간다.
“소장님 이제 그만 할까요?”
헉헉헉헉헉헉.
END
건축가 문훈을 바라보는 나의 눈
건축가 문훈에게 결정적 사건이 있다면 그건 아무레도 광풍각의 접견이다. 대학시절에 처음 본 그 집은 문훈에겐 강력한 자석이며 자궁이며 비행장치 이기도하다. 동시에 그의 미래를 구성할 미토콘드리아이다. 그 속에서 자석은 잠재적,현재적,시간적 과거에의 기억들을 모조리 결합시키는 기능이며 자궁은 그것들은 진화하고 성장시킨다. 그건 무한정으로 자라나서 죽음으로서 종말을 맞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시된 결과에 도달하게 되면 스스로 종결되거나 소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예시된 결과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그건 그의 그림 속에서다. 따라서 이 집을 현재의 시간적 개념으로 보았을 땐 생성의 의미가 되겠지만 그림으로 본다면 이미 존재될 것들에 대한 단계적 실현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맞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조건들은 그에게는 모두가 재료이며 모르터르는 그의 본능이다. 지금 그의 그림은 비행장치를 타고 이동 중에 있다. 그렇다면 문훈은 건축가인가? 아니다. 그는 다만 築을 열망하는 자일 뿐이다.
인간 문훈을 바라보는 나의 눈
사람들은 그를 두고 재밌다거나, 머리가 크다거나, 옷을 잘 갈아입지 않는다거나, 여자를 밝힌다거나, 그림을 잘 그린다거나, 폭식을 한다거나, 익지 않은 돼지고기를 먹는다거나, 싸가지가 없다거나, 더러는 아주 이기적 인간이라고 그런다. 건축주인 강영호는 그를 두고 “키치적으로 보일 공산이 다분히 있는 사람”이라고 말 한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난 좀더 심했다.
“너 가짜지?”
왜 이런 비약된 반응이 나올까? 난 그것을 두고 그가 내적인 욕망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현재로는). 만약 그의 야만적 노골성을 선악의 방식으로 적용한다면 그는 하루에도 수십번을 교수대에 가야할 런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본다면 자폐아들의 동아리나 혹은 샤만이 되어야 할런지도 모른다. 그렇듯 그가 설계한 상상 사진관에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보는 것은 그를 아는데 혹은 그의 상상 사진관을 이해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 이 집은 한마디로 혼성교배이다. 그 성분을 굳이 따져본다면 그것은 정확히 문훈의 과거와 그리고 건축주인 강영호 과거로 구성되 있다. 문훈이 좋아하는 숨겨진 그림그리기의 재료들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쪼가리들의 대체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건축주의 욕망이 문훈에게 이식되었거나 건축주의 음성변조장치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런 각도에 이집을 바라본다면 그 숨겨진 그림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걸 결합하면 그것이 바로 문훈이다. 그렇다면 이집은 그들 서로가 품었던 욕망의 잉태물인가? 그렇다. 그렇게 보아야만 한다.